외진 곳에서 소리도 없이 형형히 살아가는 생들이 있다. 마을 구석의 말 두 마리들이, 절벽 같은 계단 위 외딴 집에서 TV만 보며 사시는 어르신이 그렇다. 나는 그들에게 영문 모를 연결감을 느낀다. 자꾸만 찾아가게 된다. 단지 보는 것이 무슨 힘이, 의미가 있을까? 적어도 우리에겐 서로의 시간이 얼어붙지 않도록 ‘바라, 봐 줄’ 수 있는 힘이 있지 않은가.
내가 말 없는 존재들에게서 보는건 ‘의젓한 소외’다. 모든 생은 삶에 한 번은 시간이 얼어붙는다. 그를 가까이 또 오래 바라본다면 얼음의 호흡처럼 흐름과 피어남을 맞는 순간들을 함께할 수 있다. 이 작품으로 누군가를 들여다 보는 일의 온기와 소중함을 나누고 싶다.
[감독 오선주]
충북 소재 산골에 거주하며 경계 위 존재들의 관계와 소외에 관심을 두고 작업하는 시각 예술가이자 감독. 당연시 하지 않는 시선과 응시하는 문법, 문턱 낮은 실험적 에세이 필름 작업을 지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