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제경쟁에는 79개국 1,003편의 출품작 중 52.8:1의 경쟁률을 뚫고 선정된 19편이 관객을 기다립니다. 올해의 카메라는 지구 곳곳의 산과 자연을 향해 프레이밍합니다. 아르헨티나 팜파스에서 히말라야 잔스카르까지, 콩고민주공화국과 인도네시아의 숲에서 북마케도니아의 산악 목초지까지, 안데스의 광산에서 아프가니스탄의 골짜기와 낭가 파르밧까지 — 열아홉 편은 모든 대륙을 아우르고, 산과 인간의 이야기가 어느 개별 사안이 아닌, 지구 전체의 현재임을 보여줍니다.
올해의 선정작들을 관통하는 흐름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자연과 더불어 살아온 삶의 현재에 대한 기록입니다. 인공 얼음 기둥을 만들어 기후변화에 맞서는 잔스카르 계곡 사람들, 캐낸 은만큼 삶의 무게를 견디는 볼리비아 광산 마을, 양 떼 곁에서 자신들의 미래를 묻는 어린 양치기들, 스키 시즌을 준비하고 마무리하는 사람들, 그리고 자연 발화하는 거대한 산불에 맞서는 사람들의 이야기 — 카메라는 흔들리는 터전에서 지키고 버티는 이들의 시간을 묵묵히 기록합니다.
둘째, 자신의 한계 앞에 다시 맞서는 모습들입니다. 경력 단절 이후 꿈의 폭포로 돌아온 카야커, 25년 전의 전설적 코스를 다시 시도하는 예순의 클라이머, 신체장애가 있어도 산악 자전거의 즐거움을 놓지 않는 사람들과 열두 번의 계절을 한 산에 바친 알피니스트가 보여주듯, 도전은 기록을 향한 질주가 아니라 시간으로 쌓은 경험과 연륜을 바탕으로 재도약하는, 삶의 태도이자 또 다른 성장입니다.
그리고 반가운 얼굴들도 돌아왔습니다. 프란체스코 클레리치, 벤 나이트, 벤 스터글루스키, 다니엘 쾨터, 루이스 아리에타 에체베리아, 이그나시 로페스 파브레가스 — 전작으로 UMFF 관객과 만났던 감독들이 한층 깊어진 신작으로 영남알프스를 다시 찾습니다.
열아홉 편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됩니다. 산과 자연 앞에서 인간은 어떻게 살아가고 도전하는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이 다양한 서사를 통해 자신들의 답을 찾아가는 올해의 도전들을 국제경쟁에서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 프로그래머 이정진